D+11

DRESSED IN JESUS





병원선으로 돌아온 기쁨도 잠시. 끝난거라 생각했던 마음은 착각이었다
오늘 썽까브리에우에서 허선교사님 도로명 개통식 때 내게 워십 곡 중에 나레이션 기도 부분 2분씩 2곡 독무를 요청하셨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요청에 부담감이 점점 늘어간다
다른 사람들은 잠시의 쉼을 누릴 때도 나는 울렁거리는 마음으로 음악을 들으며 구상을 해야한다
피곤하고 지쳐서 더 그랬는지 도무지 구상이 되질 않는다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 짬짬이 상상을 해도
아무것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보트로 돌아오는 길에 반바지를 입은 탓에 다리에 화상을 입어서 움직이기만 해도 신음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정도로 크게 상할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긴바지를 입을걸 하는 후회도 이미 늦었다
춤은 커녕 걷기도 힘들다
미치겠다


오늘아침 병원선이 성가브리에우에 도착했고 예식까지는 시간이 촉박했다
어제 오후부터 나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표정도 마음도 어두워져 갔다
오늘은 극에 달해 폭발해버리기 일보직전이었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김철기선교사님께 분노가 치밀고 동감하지 않는듯한 팀원들 모두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궁지에 몰려 약점이 드러난 내자신이 부끄러웠고 짜증났다

교회 소개, 적도 방문, 모두의 움직임은 전혀 내게 보이지 않았고 머리속으로는 오로지 솔로파트에 대한 생각으로 꽉찼다


마지막 남은 한가지 사역. 아마존에서의 매듭을 짓는 중요한 시간.
그런데 나는 다리에 화상을 입어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준비할 시간은 허락되질 않고 해야할 분량은 몇달을 준비해야할 만한 긴 시간
하루 전에 급작스런 요청, 심지어 해석도 안되는 포르투갈어, 선교사님은 우리의 수준을 무시하시는 말투
모두는 내게 기대를 걸고있는 상황
정말 최악이다. 여태껏 견뎌온 아마존의 시간이 미워질만큼 마음이 무너져있다
때려치우고 사람들도 다 싫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야말로 나의 약점이 모두 노출된 꼼짝 못하는 상황
하나님이 왜 이런 상황을 주신 걸까
내가 아마존에 곳에 온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면
지금의 이 상황도 하나님의 계획 중에 분명히 있겠지
레벨1부터 강도를 올려가시더니
가장 힘든 마지막 단계에 이르게 하신 것이구나


장로님과 여러 분들이 이 상황을 동감하며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셨다
하지만 위로가 되질 않는다


될 데로 되라
하루만에 짬짬이 나는 시간으로 4분의 춤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하나님께 맡기고 올라서는 것이 방법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말했다


"너가 워십하는 거 보면서 펑펑 울었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걸 준비했느냐
500명이 넘는 사람들 모두가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춤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그 때 그 때 흘러가는 느낌을 따라 즉흥으로 몸을 움직였다
독무를 하는 도중에 어떠한 한순간 스파크처럼 섬광이 스치며 아 이 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꼭 맞는 옷같은 느낌이다 라는 생각을 가졌던 건 기억난다
역전시키시는 하나님.
극한의 상황에 나를 몰아넣으시며 그 가운데 중심을 확인하시려, 나의 한계를 깨치게 하시려던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마지막의 무너짐으로 인해 아마존이 내게 가시로 남을 것만 같았는데
나는 미소짓고 있다 활짝.
내가 확인했고, 모두가 확인했고, 브라질이 확인했고, 하나님이 확인하셨다
잊지못할 오늘
스물셋의 정재필은 브라질에서 춤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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