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l Show

DRESSED IN JESUS


졸업공연이 막을 내렸다. 도무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던 기나긴 시간... 땀과 피로에 절은 새벽의 전쟁같은 나날들. 사람도 춤도 지긋지긋해질 것 같던 막바지 무렵. 리허설 셋업을 거치고 공연 당일이 되어서도 실감이 나지 않더라. 공연이 시작되고 객석은 가득차고 넘쳐서 통로에까지 사람들이 가득 서서 지켜보았다.

공연은 짧았다. 2시간이 채 되지않는 시간은 세달동안의 레이스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었다. 수백 수천번 고민하고 연습한 걸 보여줄 기회는 단 한 번이라는 것이 어찌나 아쉽고 아깝던지. 그렇게 긴 시간 응축한 땀과 에너지가 단 한번의 러닝타임 속에 고스란히 베어들어 보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것인가.
떨리지 않더라. 혼자 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기도, 연습을 많이 해서, 즐기며 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이기도 했겠지.
누구의 눈에는 아름답고 누구의 눈에는 흠많은 공연이라면, 절대적 기준이 없는 것이겠지. 특히나 더더욱이 사람의 기준이 정확할 수 없는 것이겠지.
평가는 오로지 하나님 앞에서만이 가능하며 진실하단 것을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연습하고 공연했는가. 이 질문이 고요하게 남겨져 있다.

내 소중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내가 뭐라고... 나는 정말 어설프고 모자란 사람인데. 내 초라한 몸짓을 지켜보러 각자의 바쁘고 소중한 시간과 물질을 내어 달려와 주었다. 손에 다 들 수가 없을 만큼의 많은 꽃과 선물과 편지. 방명록과 페이퍼에 적힌 관객들과 후배들의 메세지가 내 마음을 때린다. 감히 열어서 읽어보기가 떨릴만큼 나는 많은 마음을 받았다.

남자 주인공이었고 그에 비해 실력이 많이 모자랐고, 누군가의 눈에는 최고였고 누군가의 눈에는 분에 넘치는 역할이었고... 그랬다.
하루가 지나서도 공연의 여운은 마음을 떠나질 못하고 멤돌고 있다. 아직 못다한 감사, 표현들이 마음에 엉겨붙어 또다시 지긋지긋한 새벽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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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선교를 다녀온 2012년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붙잡을 것 없던 내 인생. 어쩌면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꿈이 생겼고, 그 시간에 내 모든 시간과 물질을 쏟아부었다. 그래봤자 주머니 한줌에 차지도 않을 작고 적은 것들... 그러나 나의 모든것을.
다녀와 공항에 내린 직후 나를 반겼던 것은 아프리카의 열기와 정반대되는 칼바람의 겨울 날씨, 그리고 밀린 청구서들... 군입대 영장까지. 살고있던 곳에서도 나가야되는 상황이 되어 당장 거할 집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모든것을 하얗게 불태우고 쏟아부었기에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었고... 그렇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 쓰라린 미소를 지어야 했던 그 시절.
이 마지막 공연을 임하는 나의 자세가 그러했다.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 나는  하얗게 불태웠고 쏟아부었다. 그리고 내게 남겨진 것은 먼지 쌓인 청구서들과 내일에 대한 물음표.

이 마음을 누가 알까.
22살의 내게로 다시 돌아가서 물어보고 싶다.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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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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